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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카타에서 시작해서 어쩌다보니 쿠리까지 도달했다. 태어나서 실제로 한번도 본적이 없는 '사막'을 봐야했다. 모래바람이 불어오면 천으로 입을가리고 낙타와 함께 '사막을 거니는 상상을 했다. 정말로 목이말라서 오아시스를 찾게 될까? 이상한 극한 상황을 상상했다. 



쿠리에 도달했다. 다른 도시와는 너무나 다른 황폐한 느낌을 받았다. 정말 오지에 있는 시골 느낌이랄까.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을 통해 찾아낸 '아르준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갔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았던 곳이기에, 후기가 많았기에, 이곳으로 갔다. 어쩌면 '사막'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겁을 먹었는지도 모른다. 안전. 안전이 최고다. 하여간 이 겁많은 성격은 이러한 상황에서 언제나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아르준' 게스트 하우스, 게스트 하우스일까. 이들의 집일까. '아르준'의 가족들이 함께 살고 있는 이곳에 짐을 풀었다. 이제 인도의 까만얼룩이 가득한 침대는 익숙해졌다. 그냥 위에 침낭 하나 올려놓고 그 안에 들어가 자면 깨끗하다고 느껴진다. 숙소는 상관없다. 뭐 피해가 되는 '베드버그'만 없으면.



벽에 한글이 가득 써 있다. 어떤 꿈 많은 한국인이 왔었던걸까? 삐뚤삐뚤 쓰여진 한글이 보기 좋았다. 아르준 아저씨에 아들녀석이 말을 걸어왔다. 깐죽거리는게 여간 밉상이 아니었다. 혼내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으나 저 나이때는 나도 그랬지라는 생각에 차오르는 화를 꾹꾹 눌러 담았다. 아르준 게스트하우스를 다녀간 여행자들이 떠나기 전 뭔가를 주고 갔나보다. 이녀석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뭔가를 요구했다. 아무것도 주지않았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으려나.




해가지면 아르준 게스트하우스에는 낭만이 찾아온다. 인도식 저녁을 먹고 마당 한가운데 둘러 앉는다. 나무와 마른 소똥을 이용해 모닥불을 피우는데 , 마른 소똥이 어찌나 잘 타던지 신기했다. 인도에 주류상에게 산 럼주를 꺼냈다. 비싼건 아니였지만 저녁무렵 쌀쌀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내려간 체온을 올려주기에 충분했다. 모닥불 앞에서 술 한잔 기울이며 이런 저런 얘기를하다보면 모닥불이 다 탈때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는 낭만이 찾아온다. 




아침이 찾아오면 제공되는 인도식 아침식사를 한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 짐을 싸 낙타를 타고 사막으로 이동한다. 낙타를 타는건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키가 꽤나 큰 낙타들이 한걸음 한걸음 움직일때마다 엉덩이가 들썩들썩 움직였다. 나중엔 정말 아프더라. 정말 신기한게 이녀석들은 걷다가 소변을 보거나 대변을 본다. 낙타를 타고 줄을 지어 이동하다가 갑자기 멈춰서 변을 보곤했다. 이게 익숙한지 다른 낙타들은 같이 멈춰서 그들의 '행위'가 끝날때까지 기다렸다.



엉덩이가 지끈지끈 할때 쯤 이들이 정해 놓은 포인트에 도착한다. 이곳에 짐을 풀고 하룻밤을 묵고 다시 쿠리로 돌아간다. 처음 보는 사막에 이곳저곳 뛰어다니고 사진을 찍기 바빴다. 우리를 이곳으로 안내한 이들은 낙타들을 풀어 놓고 가져온 식기들을 꺼내어 저녁 준비를 시작한다. 신발을 벗어던지고 사막의 모래를 그대로 느껴본다. 발가락 사이로 차가운 모래들이 통과한다. 이게 진짜 사막이구나. ( 이전 베트남 무이네에서 사막과 비슷한 사구를 경험한 적이 있다. )



어둠이 찾아오면 이들이 준비한 저녁을 먹는다. 사전에 주문한 닭고기들은 모닥불 속으로 들어가고 인도식 짜파티와 달커리를 먹는다. 모래가 씹히긴 해도 얼마나 맛있던지. 인도에서 먹었던 식사들 중에 손에 꼽는 식사였다. 모닥불에 구워진 기름이 빠진 닭들은 얼마나 쫄깃쫄깃하던지.. 지금 생각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배도 부르고 어둠이 찾아온다. 밤이되면 쌀쌀해지는 사막 날씨. 다시금 미리사두었던 술들을 꺼내 마셔본다. 술기운, 그리고 모닥불이 주는 따뜻함에 촉촉해지는 감성:) 하늘에는 샐 수 없이 많은 별들이 떠올라있다. 너무나 낭만적인 순간이다. 

침낭속으로 들어가 별을 바라보며 누웠다. 내 눈안에는 별들로 가득차 있었다. 행복했다. 이날 다시금 느꼈다. 여행없이는 못살겠구나. 여행이 이미 내 삶의 한 부분이 됐구나 하고.



아침이되면 낭만이 끝이난다. 이제는 돌아갈시간. 다시금 낙타를 타고 숙소로 돌아간다. 처음보는 사막과 수 많은 별들. 이런 낭만이 채워주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한껏 품었다. 언젠가 다시 돌아오리라. 다짐하며 쿠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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