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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에 바다가 있다고 했다.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고 했다. 나를 포함 3명의 한국인이 모여 바다로 가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기엔 햇빛이 너무 강했고 더웠다. 택시를 타기로 했다. 택시비를 나눠내면 자전거를 타는 것보다 저렴했다. 아 물론 자전거를 타고 바다로 가는 건 가격이 저렴한 이유도 있지만 가면서 호이안의 정취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햇빛이 싫으신 분들은 택시를 타는 게 좋다. 


안방비치에 도착했다. 사실 여기가 호이안에서 가까운지 다낭에서 가까운지 잘 모르겠다. 호이안 안방비치라고도 불리고 다낭 안방비치라고도 불린다. 아름다운 에메랄드빛을 가진 바다는 아니다. 우리나라 서해안과 비슷한 회색빛의 바다다. 색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 더운 날에 바다에 왔다. 난 수영을 잘 못한다. 어릴 때 계곡에서 위험한 일을 겪고는 물을 싫어하게 됐다. 학창시절 소풍으로 수영장에 가면 발만 담그고 수영하는 친구들을 구경했다. 수영 좀 못하면 어때? 얕은 곳에서 놀면 된다. 모래사장에서 찜질을 해도 된다. 바다를 즐기는 방법은 많다.



파도를 맞으며 노는 건 정말 재밌었다. 발이 닿아 안전한 곳이라면 바다를 좋아할 수 있다. 짠 물도 좋았다. 피부에 좋단다. 모래사장에는 레스토랑 소유의 선베드가 있다. 여기서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 있다. 레스토랑을 이용하면 무료로 선베드를 이용할 수 있다. 맥주를 마시거나 책을 보며 하루 종일 누워있을 수 있다. 더우면 바다로 바로 달려갈 수도 있다. 외국 친구들은 비치타월을 모래사장에 깔고 누워 선탠을 하기도 한다. 



호이안은 정말 매력적인 도시다. 낮과 밤에 아름다움에 더해 바닷가도 있다. 우리가 찾는 휴가지가 이런 휴가지 아닌가?


오래 있고 싶었다. 베트남은 무비자로 15일간 체류가 가능하다. 난 호치민에서 바로 캄보디아 국경을 넘을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하노이에서부터 내려오기 시작했다. 다른 도시를 들르지 않고 여기서 머물다가 호치민으로 바로 가는 방법이 있었다. 책을 펴보지 않았다면 후자를 택했을지도 모른다. 론리플레닛에서 소개한 무이네를 보고 말았다. 동남아시아의 사막(사구)라니? 놓칠 수 없었다. 전자를 선택했다. 호이안을 떠나기로 했다.( 아쉬워야 다시 오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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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가 금메달을 땄네요. 너무 기분이 좋아요. 저 정말 축구 좋아하거든요. 


호이안에서 아침이 밝았다. 숙소 바로 옆 로컬 시장에 들러 베트남식 비빔국수를 한 그릇했다. 현지인과 같이 의자에 앉아 밥 먹는 걸 좋아한다. 동행이 생겼지만 낮에는 보통 혼자 다니는 걸 선호했다. 그래서 때때로 사람들이 오해를 하기도 했다. ( 이런 일 때문에 나중엔 동행을 안 찾게 됐다.)


호이안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해보면, 호이안은 16세기 중엽 이래 무역도시로 번성했다. 일본인 마을이 따로 생길 정도로 일본과 교역이 잦았다. 지금은 내원교라는 돌다리 하나가 일본인 마을의 흔적으로 남아있고 다른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내원교는 관광 명소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내원교


호이안의 아름다운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구시가지에는 오래된 가옥들을 개조해 만든 가게들이 많다. 가게들이 만드는 복고적인 느낌이 호이안의 매력이다. 많은 테일러 숍이 있는데 요즘 여성 관광객분들이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를 맞춤으로 구매해 입는다. 낮에도 매력적인 호이안은 밤이 되면 또 다른 매력을 갖는다. 은은하게 빛나느 등불이 복고적인 건물들과 조화를 이룬다. 등불이 주는 차분하고 따뜻한 느낌에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더운 날씨 탓에 대낮에 많은 시간 걸어 다니는 건 어렵다. 내 경우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잇는 투본강 다리 주변에 있는 가게에 앉아 강을 보며 맥주 마시는 걸 좋아했다. ( 내 여행 스타일이기도 한데 활동적으로 움직이기보단 맥주 마시는 걸 더 선호한다. 주정뱅이는 아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눈앞에는 잔잔한 강이 펼쳐졌다. 구시가지에 건물들도 눈에 들어온다. 바쁘게 움직이는 여행자를 구경하기도 한다. 맥주 맛이 몇 배는 더 좋다. 몇 시간이고 앉아 있곤 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 가게 저 가게 기웃거리며 저녁 메뉴를 골랐다.


투본강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잇는 다리


어둠이 찾아오면 길에는 베트남 등불을 밝힌다. 가게 앞에 걸려있기도 하고 팔기도 한다. 아름다운 문양들이 그려진 등불들에 마음을 뺏기곤 했다.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이 시간에 투본강 근처에 가면 소원등을 파는 장사꾼을 볼 수 있다. 소원등을 구매해 소원을 빌고 투본강위로 띄울 수 있다. 많은 수에 소원등이 강 위에 떠오르면 그게 또 장관이다.



요즘 관광객들이 호이안을 많이 찾고 있다. 방송에서도 여러 번 나오기도 했다. 사람이 몰리면 돈이 몰리기 마련이고 그러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호이안이 매력을 잃지 않으면 좋겠다. 변하지 않으면 좋겠다. 호이안에서 느낀 설렘을 잃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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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를 출발한 버스는 호이안에 해가 저물기 시작할 때쯤 도착했다. 호이안에서 동행이 생겼다. 그중 한 명이 홈스테이를 숙소에 짐을 풀었는데 내게도 추천했다. ( 버스에서 와이파이가 가끔 됐다. 가끔 연결이 되는 바람에 카카오톡만 조금 할 수 있었다.) 먼저 숙소를 구해야 했기에 잘 됐다 싶어 그쪽으로 갔다. 가는 길에 해는 저물었다. 숙소에서 동행을 만났다. 방이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며 빨리 결정하라고 했다. 일단 들어가 방을 보여달라고 했다. 영어는 전혀 못하시는 할머니께서 방으로 나를 안내해주셨다. 정말 깜짝 놀랐다.  


조상님을 모시는 방이었다. 사진 양옆에는 큰 빨간색 초가 서있었고, 사진 앞에는 향을 피워 놓고 있었다. 불을 끄면 촛불이 사진만 밝히는 무서운 풍경이 펼쳐지는데 그 앞에 침대가 놓여 있었다. 할머니께서는 손가락으로 침대를 가리키며 저기가 제 자리라는 걸 알려주셨다. 한 외국 친구가 저를 따라왔는데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는 "Good night with the ghost!"라고 놀리며 나갔다. 여기에 짐을 풀 순 없었다. 바로 밖으로 나왔다. 새로운 숙소를 찾아야 했다.


어둠이 찾아왔고 비까지 내렸다. 우산은 당연히 없었고 우비도 없었다. 서둘러 숙소를 찾아야 했는데 막막했다. 비를 맞으며 걷다가 보이는 현지 여행사마다 들어가서 물었다. 보통 현지 여행사는 숙소들과 연결고리가 있다. 숙박객들에게 투어 프로그램이나 교통 편을 제공하려면 현지 여행사들과 연결 돼 있어야 한다. 몇 군데 물어보니 여러 숙소를 추천해줬다. 이 중 한 숙소를 선택했다. 룸 컨디션이 굉장히 좋았는데 가격이 저렴했다. 방에 들어가 보니 이유를 예측할 수 있었는데 방이 엄청 습했다. 에어컨을 틀어도 습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내 생각엔 최근에 벽에 페인트를 다시 칠해 새방으로 꾸며 놓은 것 같다. 페인트에 숨겨진 뭔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호이안의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무서웠던 방 때문인데 사진을 처음에 찍어놨다가 나중에 지웠다. 여행 중에 이런 경험들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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