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조식을 먹자마자 잽싸게 짐을 챙겨 나왔다. 빨리 움직여야겠단 생각뿐이었다. 숙소에서부터 '르엉옌'버스터미널까지 4km를 가야 했다. 4km가 가깝게 느껴졌다. 10킬로 정도 하는 내 배낭을 메고 걷기 시작했다. 여행자 거리를 벗어나니 색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눈에 띈 건 '거리의 이발사' 담벼락을 벽으로 거울을 달고 수납함을 달아놨다. 있을 건 다 있다. 지금 거리의 이발사를 만났다면 내 머리를 맡길 수 있다. 이 당시엔 외모에 꽤나 신경 쓰던 때라( 지금은 덜해요.) 뭔가 큰일이라도 날 것만 같았다. 한국의 오지라퍼는 '비가 오면 어떻게 될까?'라는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 걱정도 잠시 내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거리의 이발소


USIM 카드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때 maps.me란 어플을 통해 다운로드한 지도를 따라서 갔어요. 지도를 다운로드해 놓으면 오프라인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요. 요즘엔 구글맵도 가능한 걸로 알고 있어요. 배낭을 메고 걷는 게 꽤나 쉽진 않네요.

1시간 정도 걸었어요. 사실 더 빨리 걸을 수도 있는데 길도 잘 모르고 이것저것 구경하느라 시간이 지체됐네요. 중간에 길을 한 번 잘 못 들기도 했고요.


모바일 USIM 카드가 없었다.( 무슨 자존심인지 여행 내내 USIM 카드를 사지 않았다.) 데이터를 사용해서 구글 지도 어플을 이용하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대신 MAPS.me라는 어플을 이용했다. 와이파이 환경에서 지도를 다운로드 해놓으면 오프라인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구글 지도에도 이런 기능이 있는 걸로 안다. 배낭을 메고 걷는 게 쉽지 않았다. 어깨가 얼마나 아픈지.( 엄살이 심합니다.) 1시간 정도를 걸어서 도착했다. 더 빨리 도착할 수도 있었다. 초행길(?)이기도 했고 이것저것 구경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길을 한번 잃기도 했고.


 르엉옌 버스터미널 ( 그냥 막 찍었네요)터미널 안


터미널에 도착해 창구로 갔다. 외국인은 나 혼자였다. 보통은 여행사를 이용해서 간다. 돈 차이가 얼마 안 나는 것 같다. 아무것도 몰랐고 버스는 당연히 버스 터미널에서 타는 걸로 생각했던 나는 버스터미널까지 걸어온 것이다. 직원분이 영어를 할 줄 몰라 조금 애를 먹었다. 이미 여행자 거리를 벗어나 동네 한 바퀴 구경을 마친 뒤라면 여행사를 이용하는 게 편할 것 같다. 


"헬로. 나 닌빈 가려고" 


"블라블라블라블라" 


가격표


어찌어찌 표를 받았다. 표 창구 앞 가격표에는 160000동이라고 쓰여있었는데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난 140000동을 냈다. 지금은 가격이 올랐을 수도 있다. 버스를 탔는데 슬리핑 버스였다. 이때 처음으로 슬리핑 버스를 경험했다. 누워서 갈 수 있는 버스라. '르엉옌'버스터미널에서 닌빈까지는 2시간 반이 걸린다는데 버스가 슬리핑 버스다. 신기했고 잘 안 찍는 셀카를 찍기도 했다.


슬리핑 버스 내부이땐 모든게 다 신기했어요


'이게 여행이지' 혼자 생각했다. 대체 뭐가 여행인 거고 뭐가 즐거웠던 걸까? 내가 생각해도 약간 이상했다. 닌빈으로 가는 버스에 사람은 몇 명 없었다. 버스는 정시에 출발했다. 2시간쯤 움직였을까? 기사 아저씨가 내리라고 했다.  


"닌빈? 여기가 닌빈이야?"


"블라블라블라블라"


닌빈이 맞긴 맞다. 버스 내린 곳에 표지석이 있었다.


'Ninh Binh 2KM'




반응형

'베트남 > 하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노이] 하노이를 떠나야겠다.  (0) 2018.08.25
[하노이] 하노이에서 시작하다.  (0) 2018.08.24
반응형

누우면 바로 잠드는 기가 막힌 신체능력을 갖고 있지만 낯선 곳에서 오래 자는 건 쉽지 않았다.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하다. 오래 잘 수 있고 조식 먹으려고 일어났다. 저렴하다. 5천 원 정도 하는 가격에 조식까지 준다니, 빵과 계란 커피를 줬다. 외국에서 먹는 첫 아침식사라 기분이 좋았다. 맛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발 냄새 친구랑 같이 먹으면서 대화를 한 탓이다. 발 냄새가 나진 않았다. 영어 때문이다. 전화를 통해 외국인과 대화를 해 본 적은 있지만 외국인을 직접 만나 대화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말 한마디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했더니 빵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그래서 맛이 기억이 안 난다. 

 

"난 독일에서 왔어"


"여기서 뭐 하는데?" 


"나 자전거 타고 여기 인도차이나반도 여행하고 있어"


"가족은?"


"다 집에 있지!"


"혼자 나와있어도 괜찮아?"


"안될 게 모야!"


한 가족의 가장인데 가족들을 남기고 혼자 나와서 여행을 하고 있는 게 신기했다.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사진 한 장 같이 찍자고 못했다. 지금은 좀 나아져서 먼저 사진을 찍자고 하는편이 됐다. 조식을 먹고 방으로 돌아갔는데 코가 리셋됐다. 코를 찌르는 지독한 발 냄새.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이 향기롭다고 느꼈다. 냄새 피하러 화장실로 간 건 지금 생각하면 웃긴 상황이다. 방 안에서 도망갈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화장실이었다니. 씻고 밖으로 나갔다. 발 냄새 덕에 부지런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시내를 한번 돌아보자는 생각에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사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정보가 없었다. 아니 정보는 있었는데 공부를 안 했다고 하는 게 맞다. 책도 있었고 블로그도 살펴볼 수 있었는데 안 했으니까.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 


걷다 보니 큰 호수가 있다. 어제도 분명 지나쳤는데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조금 여유가 생기니 보이는 호수가 꽤나 크다.  


'호안끼엠 호수' 


위에 조명들이 저녁이 되면 켜지 나봐요.웨딩 촬영 중인 예비 신혼부부


하노이의 상징이자 휴식공간으로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휴식공간이다. 벤치에 앉아 책을 보는 사람도 있고, 호수를 배경 삼아 웨딩촬영을 하는 신혼부부도 있었다. 하노이를 떠나고 나서 들은 얘기로는 저녁에는 로맨틱한 분위기가 난다고 한다.( 하노이에서 밤에 호엔끼엠 호수로 나가보지 않았다.) 호수에는 '응옥손'이라는 사당이 하나 있다. 이곳에 가면 호안끼엠 호수에서 잡혔다는 커다란 거북이 박제가 있다. 난 사람이 몰려있기에 한번 들렀는데(입장료가 있다.) 정말 거북이 박제가 있다.  


걷다가 발견한 골목인데 예쁘죠?여행자 거리


이곳저곳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걷다 보면 뒤에서 오토바이 클랙슨이 울리는데 이게 정말 스트레스였다. 


'아 여기는 정말 아닌 것 같다. 다른 도시로 가자' 


비가 내릴 것 같아 숙소로 돌아갔다. 저녁때쯤 한국에서 가입했던 카페에 한 분이 연락이 왔다.


"혼자 온 여행자들 끼리 모여서 저녁이나 먹는 건 어때?" 


저녁을 먹었다. 3명이서. 저녁 식사를 대접해주신 형님 이름이 지금 기억이 안 난다. 한국에서 일기장을 보면 알 수 있을 텐데. 죄송합니다. 그때 식사 맛있었습니다. 밥을 먹고 길에서 맥주를 마셨다. 한 컵에 정말 저렴한 가격이었다. 좀 늦은 시간이 되니깐 갑자기 사람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경찰이 단속을 온 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동네가 조용해졌다.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간건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무서웠다. 저만 경험한 건가요? 더 머물고 싶은 생각이 확실하게 없어졌다. 다음 목적지를 정해야 했다. 사람들이 하롱베이를 추천했다. 다들 추천하니깐 하롱베이로 가기 싫어졌다. 책을 펴보니 육지의 하롱베이라고 하는 곳이 있었다. '닌빈'에 가면 '장안','땀꼭'을 갈 수 있는데 이곳이 육지의 하롱베이라고 한다. 목적지를 정했다. 다음 목적지는 '닌빈'이다.


반응형

'베트남 > 하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노이] 하노이를 떠나는 길  (0) 2018.08.26
[하노이] 하노이에서 시작하다.  (0) 2018.08.24
반응형

20대 초반에 겪는 어려움이 있었다. 당장의 실패에 좌절했고, 미래에 대해 걱정했다. 실패로부터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걸 모를 때 여행을 시작했다. 처음엔 큰누나의 권유로 시작됐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이유가 따로 있지는 않았다. 당시 비엣젯 항공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었고 인천-하노이행 비행기 표를 저렴하고 구매할 수 있었다. '저렴한 표'가 시작이 된 이유라면 이유다. 전에 혼자 여행을 해본 적이 없었다. 사실 설렘보다는 무섭고 두려웠다. 나에겐 또 하나의 도전이 됐다.


인천에서 하노이로 가는 건 어렵지 않다. 그냥 비행기를 타면 됐다. 타라고 할 때 타면 됐고 내리라고 할 때 내리라면 됐다. 문제는 이제 부터 시작된다. 하노이 공항에서 시내까지 이동해야 했다. 한 포털사이트 블로그에서 본 기억이 떠올랐다. 시내까지는 벤을 타고 이용하는 게 저렴하다는 정보. 공항 내 와이파이를 이용 '하노이 공항 벤' 을 검색해 벤이 서 있는 출구까지 알아냈다. 블로그들 정말 대단하다. (왼쪽 끝으로 나갔던 것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는 벤 가격은 3달러였다. 3달러를 선불로 지불하고 편한 자리에 앉았다. 바로 출발하는 걸로 알았다. 문제가 생겼다. 출발을 안 하기에 궁금해 물었더니 인원수를 채워야 출발한단다. 그래서 한 30분 기다렸다. 30분 기다리니 나와 같은 여행자들이 모였고 출발할 수 있었다. 하노이 시내까지 들어가는 데 꽤나 걸렸다. 사실 어디서 내려줄지 몰랐기 때문에 불안하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여행자 거리 중심에는 내려주지 않았다. 걸어야 됐다. 12월에 하노이는 꽤나 쌀쌀했다. 흐리고, 어둡고, 공기가 무거웠다.( 낯선곳이라 느낀 나의 주관적인 느낌이다.)  첫 느낌이 좋지 않았다.


오토바이가 많이 없을때 찍은 사진이다..

 

혼자 하는 첫 여행이었다. 불안감에 한국에서 호스텔부커스라는 어플을 통해 도미토리 숙소를 예약했다. 이 숙소를 찾아가야 했다. 가뜩이나 첫 느낌이 좋지 않았는데 뒤에서 오토바이가 클랙슨을 울려댔다. ( 위험하다고 알려주는 신호다. 나를 지켜주기 위한 신호다.) 누군가 뒤에서 일부러 놀래킬 때, 그때랑 느낌이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걷다 보면 정말 예상 못 할 타이밍에 위험 신호가 온다. 내 불안감과 긴장감을 배로 올려줬다. 배고프고 쌀쌀하고 짜증이 날 때쯤 숙소를 찾았다. 4인 도미토리라고 했다. 방을 안내해준다고 따라오라고 한다. 입구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악취가 코를 찔렀다. 


‘아, 잘못 걸렸다’ 


방으로 들어갔는데, 와 처음 맡아보는 고약한 발냄새. 너무 고약해서 코를 막아도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리셉션 카운터로 내려갔다.

 

"방 바꿔줘. 냄새 장난 아니야. 너 따라와서 맡아봐."


직원이 방으로 왔고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예의상 따라온 것 같다. 사실 못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고약했다.)


"미안해 방이 없어. 근데 환불은 안돼."


선택권이 없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내가 화를 낼 수도 없었다. 해가 졌고 배도 고프고 따로 숙소를 구할 힘이 없기도 했다. 이틀만 버티자가 돼버렸다.


길가다 만난 신발가게. 이 때는 모든게 다 신기하고 새로워 보였다.


밖으로 나갔다.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출발하기 전 인천공항에서 먹고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해가지고 밤이 되니 꽤나 무서웠다. 그래서 어디 멀리 나가 볼 용기가 안 나서 두리번거리다 한 국숫집을 발견했다. 길에 의자와 상이 펴있고 많은 현지인이 앉아 먹는 국수가 맛있어 보였다. 옆에 자연스럽게 앉아 국수를 주문했다. 고수가 한가득 얹어져 나왔다. 고수를 잘 먹지 못했을 때다.(지금은 잘 먹어요. 좋아하진 않지만...)다 먹었다. 남기면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다는 이상한 착각을 했다. 그래서 다 먹었다.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발냄새의 출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독일에서 온 친구. 자전거를 타고 여행 중이라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 냄새는 너무 심했다.


'아 발냄새만 아니면 너를 좀 더 따뜻하고 친근하게 맞아줄 수 있었을 텐데..'


이런 곳에서 잘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접어두는 게 좋다. 머리만 대면 잠들어버리는 내 어마어마한 신체능력 덕에 숙면을 취했다.


역사적인 첫날이 지나갔다. 







반응형

'베트남 > 하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노이] 하노이를 떠나는 길  (0) 2018.08.26
[하노이] 하노이를 떠나야겠다.  (0) 2018.08.2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