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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에 겪는 어려움이 있었다. 당장의 실패에 좌절했고, 미래에 대해 걱정했다. 실패로부터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걸 모를 때 여행을 시작했다. 처음엔 큰누나의 권유로 시작됐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이유가 따로 있지는 않았다. 당시 비엣젯 항공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었고 인천-하노이행 비행기 표를 저렴하고 구매할 수 있었다. '저렴한 표'가 시작이 된 이유라면 이유다. 전에 혼자 여행을 해본 적이 없었다. 사실 설렘보다는 무섭고 두려웠다. 나에겐 또 하나의 도전이 됐다.


인천에서 하노이로 가는 건 어렵지 않다. 그냥 비행기를 타면 됐다. 타라고 할 때 타면 됐고 내리라고 할 때 내리라면 됐다. 문제는 이제 부터 시작된다. 하노이 공항에서 시내까지 이동해야 했다. 한 포털사이트 블로그에서 본 기억이 떠올랐다. 시내까지는 벤을 타고 이용하는 게 저렴하다는 정보. 공항 내 와이파이를 이용 '하노이 공항 벤' 을 검색해 벤이 서 있는 출구까지 알아냈다. 블로그들 정말 대단하다. (왼쪽 끝으로 나갔던 것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는 벤 가격은 3달러였다. 3달러를 선불로 지불하고 편한 자리에 앉았다. 바로 출발하는 걸로 알았다. 문제가 생겼다. 출발을 안 하기에 궁금해 물었더니 인원수를 채워야 출발한단다. 그래서 한 30분 기다렸다. 30분 기다리니 나와 같은 여행자들이 모였고 출발할 수 있었다. 하노이 시내까지 들어가는 데 꽤나 걸렸다. 사실 어디서 내려줄지 몰랐기 때문에 불안하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여행자 거리 중심에는 내려주지 않았다. 걸어야 됐다. 12월에 하노이는 꽤나 쌀쌀했다. 흐리고, 어둡고, 공기가 무거웠다.( 낯선곳이라 느낀 나의 주관적인 느낌이다.)  첫 느낌이 좋지 않았다.


오토바이가 많이 없을때 찍은 사진이다..

 

혼자 하는 첫 여행이었다. 불안감에 한국에서 호스텔부커스라는 어플을 통해 도미토리 숙소를 예약했다. 이 숙소를 찾아가야 했다. 가뜩이나 첫 느낌이 좋지 않았는데 뒤에서 오토바이가 클랙슨을 울려댔다. ( 위험하다고 알려주는 신호다. 나를 지켜주기 위한 신호다.) 누군가 뒤에서 일부러 놀래킬 때, 그때랑 느낌이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걷다 보면 정말 예상 못 할 타이밍에 위험 신호가 온다. 내 불안감과 긴장감을 배로 올려줬다. 배고프고 쌀쌀하고 짜증이 날 때쯤 숙소를 찾았다. 4인 도미토리라고 했다. 방을 안내해준다고 따라오라고 한다. 입구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악취가 코를 찔렀다. 


‘아, 잘못 걸렸다’ 


방으로 들어갔는데, 와 처음 맡아보는 고약한 발냄새. 너무 고약해서 코를 막아도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리셉션 카운터로 내려갔다.

 

"방 바꿔줘. 냄새 장난 아니야. 너 따라와서 맡아봐."


직원이 방으로 왔고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예의상 따라온 것 같다. 사실 못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고약했다.)


"미안해 방이 없어. 근데 환불은 안돼."


선택권이 없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내가 화를 낼 수도 없었다. 해가 졌고 배도 고프고 따로 숙소를 구할 힘이 없기도 했다. 이틀만 버티자가 돼버렸다.


길가다 만난 신발가게. 이 때는 모든게 다 신기하고 새로워 보였다.


밖으로 나갔다.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출발하기 전 인천공항에서 먹고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해가지고 밤이 되니 꽤나 무서웠다. 그래서 어디 멀리 나가 볼 용기가 안 나서 두리번거리다 한 국숫집을 발견했다. 길에 의자와 상이 펴있고 많은 현지인이 앉아 먹는 국수가 맛있어 보였다. 옆에 자연스럽게 앉아 국수를 주문했다. 고수가 한가득 얹어져 나왔다. 고수를 잘 먹지 못했을 때다.(지금은 잘 먹어요. 좋아하진 않지만...)다 먹었다. 남기면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다는 이상한 착각을 했다. 그래서 다 먹었다.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발냄새의 출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독일에서 온 친구. 자전거를 타고 여행 중이라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 냄새는 너무 심했다.


'아 발냄새만 아니면 너를 좀 더 따뜻하고 친근하게 맞아줄 수 있었을 텐데..'


이런 곳에서 잘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접어두는 게 좋다. 머리만 대면 잠들어버리는 내 어마어마한 신체능력 덕에 숙면을 취했다.


역사적인 첫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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