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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우면 바로 잠드는 기가 막힌 신체능력을 갖고 있지만 낯선 곳에서 오래 자는 건 쉽지 않았다.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하다. 오래 잘 수 있고 조식 먹으려고 일어났다. 저렴하다. 5천 원 정도 하는 가격에 조식까지 준다니, 빵과 계란 커피를 줬다. 외국에서 먹는 첫 아침식사라 기분이 좋았다. 맛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발 냄새 친구랑 같이 먹으면서 대화를 한 탓이다. 발 냄새가 나진 않았다. 영어 때문이다. 전화를 통해 외국인과 대화를 해 본 적은 있지만 외국인을 직접 만나 대화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말 한마디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했더니 빵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그래서 맛이 기억이 안 난다. 

 

"난 독일에서 왔어"


"여기서 뭐 하는데?" 


"나 자전거 타고 여기 인도차이나반도 여행하고 있어"


"가족은?"


"다 집에 있지!"


"혼자 나와있어도 괜찮아?"


"안될 게 모야!"


한 가족의 가장인데 가족들을 남기고 혼자 나와서 여행을 하고 있는 게 신기했다.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사진 한 장 같이 찍자고 못했다. 지금은 좀 나아져서 먼저 사진을 찍자고 하는편이 됐다. 조식을 먹고 방으로 돌아갔는데 코가 리셋됐다. 코를 찌르는 지독한 발 냄새.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이 향기롭다고 느꼈다. 냄새 피하러 화장실로 간 건 지금 생각하면 웃긴 상황이다. 방 안에서 도망갈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화장실이었다니. 씻고 밖으로 나갔다. 발 냄새 덕에 부지런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시내를 한번 돌아보자는 생각에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사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정보가 없었다. 아니 정보는 있었는데 공부를 안 했다고 하는 게 맞다. 책도 있었고 블로그도 살펴볼 수 있었는데 안 했으니까.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 


걷다 보니 큰 호수가 있다. 어제도 분명 지나쳤는데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조금 여유가 생기니 보이는 호수가 꽤나 크다.  


'호안끼엠 호수' 


위에 조명들이 저녁이 되면 켜지 나봐요.웨딩 촬영 중인 예비 신혼부부


하노이의 상징이자 휴식공간으로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휴식공간이다. 벤치에 앉아 책을 보는 사람도 있고, 호수를 배경 삼아 웨딩촬영을 하는 신혼부부도 있었다. 하노이를 떠나고 나서 들은 얘기로는 저녁에는 로맨틱한 분위기가 난다고 한다.( 하노이에서 밤에 호엔끼엠 호수로 나가보지 않았다.) 호수에는 '응옥손'이라는 사당이 하나 있다. 이곳에 가면 호안끼엠 호수에서 잡혔다는 커다란 거북이 박제가 있다. 난 사람이 몰려있기에 한번 들렀는데(입장료가 있다.) 정말 거북이 박제가 있다.  


걷다가 발견한 골목인데 예쁘죠?여행자 거리


이곳저곳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걷다 보면 뒤에서 오토바이 클랙슨이 울리는데 이게 정말 스트레스였다. 


'아 여기는 정말 아닌 것 같다. 다른 도시로 가자' 


비가 내릴 것 같아 숙소로 돌아갔다. 저녁때쯤 한국에서 가입했던 카페에 한 분이 연락이 왔다.


"혼자 온 여행자들 끼리 모여서 저녁이나 먹는 건 어때?" 


저녁을 먹었다. 3명이서. 저녁 식사를 대접해주신 형님 이름이 지금 기억이 안 난다. 한국에서 일기장을 보면 알 수 있을 텐데. 죄송합니다. 그때 식사 맛있었습니다. 밥을 먹고 길에서 맥주를 마셨다. 한 컵에 정말 저렴한 가격이었다. 좀 늦은 시간이 되니깐 갑자기 사람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경찰이 단속을 온 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동네가 조용해졌다.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간건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무서웠다. 저만 경험한 건가요? 더 머물고 싶은 생각이 확실하게 없어졌다. 다음 목적지를 정해야 했다. 사람들이 하롱베이를 추천했다. 다들 추천하니깐 하롱베이로 가기 싫어졌다. 책을 펴보니 육지의 하롱베이라고 하는 곳이 있었다. '닌빈'에 가면 '장안','땀꼭'을 갈 수 있는데 이곳이 육지의 하롱베이라고 한다. 목적지를 정했다. 다음 목적지는 '닌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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