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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거 좋아하시나요? 시골길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그 기분. 모두가 아는 그 행복한 기분을 느끼고 싶어 자전거를 빌렸다. 기어가 없는 바구니 달린 자전거를 호텔에서 빌려줬다. 3달러를 내면 하루 종일 탈 수 있다. 


호텔에서 빌린 자전거


탐꼭을 가기로 했다. 육지의 하롱베이라고 불리는 땀꼭. 숙소에서 8km 정도 떨어진 거리였다. 자전거로 시골길 8km을 달릴 생각에 신이 났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시원한 바람을 맞는 상상을 했다. 양 팔을 벌리고 영화에 나올법한 그런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다. 물병 하나 챙겨들고 길을 나섰다. 동네 한 바퀴는 돌아줘야 예의지. 동네에 한국 사람 혼자 여기 왔다. 뽐내고 싶었다. (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었다.) 동네 아주머니들을 만났다. 자전거를 타고 장사하러 나가시는 것처럼 보였다. 손을 흔들었다. 웃으며 같이 흔들어 주셨다.


아주머니들아주머니들


땀꼭으로 간다.( 요즘에는 하노이에서 투어 상품으로 땀꼭까지 올 수 있다. 시간이 없으신 여행자분들은 투어 상품을 이용하는 게 훨씬 좋다. 또 땀꼭에도 숙소가 있는 것 같다. 땀꼭에 숙소를 잡고 체류해도 될 것 같다.) 지도를 따라 시골길을 달렸다. 우리네 시골과 마찬가지로 자전거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도로를 달렸다. 바로 옆을 트럭이 지나가고 자동차들이 지나간다. 조금 위험했다. 도로를 벗어나니 한적한 시골길이 나왔다. 소똥 냄새가 진동하는 길에 소똥이 널려있는 그런 길. 시골이 주는 이런 정취가 좋았다.


시골길시골길


마냥 좋을 것만 같았다. 비포장도로를 만나는 건 내 예상에는 없었다.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속도는 무슨 자전거를 탈 수도 없었다. 손으로 끌고 갔다. 조금 이상한 것 같아 지도를 넓게 보니 다른 길도 있었다. 지도 어플의 내비게이션 기능을 사용해봤는데 이 기능 참 똑똑하다. 나를 운동시키려는 거였다. 지도 먼저 크게 보고 가길 권한다.


비포장 도로


로망이 얼마 안가 깨졌네요. 속으로 돌아갈까? 계속 갈까?' 를 수십 번 고민했어요. 속으로 고민하면 뭐 해요. 너무 많이 와버린걸요.

비포장도로를 벗어났네요. 쉽게 올 수 있는 포장도로가 있다는 것도 이때 알았어요. 괜찮아요. 언제 비포장도로를 자전거 타고 가보겠어요. 이 선택이 지금 저에게 추억이 됐잖아요. 


시골길을 달리며 양팔을 넓게 펼쳐보는 그런 로망은 깨졌다. 마음속에선 '돌아가자 돌아가자'를 반복하고 있었다. 고민했다.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왔다는 걸 깨닫고 그냥 가기로 했다. 얼마 안가 비포장도로를 벗어났다. 편하게 올 수 있는 포장도로가 있다는 걸 이때 다시 확인했다. '괜찮아, 언제 이런 길 자전거 타고 와보겠어.' 재밌는 추억이 됐다.


혼자 여행할 때는 언제나 선택을 해야 한다. 계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마음이 하는 대로 마음의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어떤 선택을 해도 추억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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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을 먹자마자 잽싸게 짐을 챙겨 나왔다. 빨리 움직여야겠단 생각뿐이었다. 숙소에서부터 '르엉옌'버스터미널까지 4km를 가야 했다. 4km가 가깝게 느껴졌다. 10킬로 정도 하는 내 배낭을 메고 걷기 시작했다. 여행자 거리를 벗어나니 색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눈에 띈 건 '거리의 이발사' 담벼락을 벽으로 거울을 달고 수납함을 달아놨다. 있을 건 다 있다. 지금 거리의 이발사를 만났다면 내 머리를 맡길 수 있다. 이 당시엔 외모에 꽤나 신경 쓰던 때라( 지금은 덜해요.) 뭔가 큰일이라도 날 것만 같았다. 한국의 오지라퍼는 '비가 오면 어떻게 될까?'라는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 걱정도 잠시 내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거리의 이발소


USIM 카드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때 maps.me란 어플을 통해 다운로드한 지도를 따라서 갔어요. 지도를 다운로드해 놓으면 오프라인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요. 요즘엔 구글맵도 가능한 걸로 알고 있어요. 배낭을 메고 걷는 게 꽤나 쉽진 않네요.

1시간 정도 걸었어요. 사실 더 빨리 걸을 수도 있는데 길도 잘 모르고 이것저것 구경하느라 시간이 지체됐네요. 중간에 길을 한 번 잘 못 들기도 했고요.


모바일 USIM 카드가 없었다.( 무슨 자존심인지 여행 내내 USIM 카드를 사지 않았다.) 데이터를 사용해서 구글 지도 어플을 이용하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대신 MAPS.me라는 어플을 이용했다. 와이파이 환경에서 지도를 다운로드 해놓으면 오프라인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구글 지도에도 이런 기능이 있는 걸로 안다. 배낭을 메고 걷는 게 쉽지 않았다. 어깨가 얼마나 아픈지.( 엄살이 심합니다.) 1시간 정도를 걸어서 도착했다. 더 빨리 도착할 수도 있었다. 초행길(?)이기도 했고 이것저것 구경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길을 한번 잃기도 했고.


 르엉옌 버스터미널 ( 그냥 막 찍었네요)터미널 안


터미널에 도착해 창구로 갔다. 외국인은 나 혼자였다. 보통은 여행사를 이용해서 간다. 돈 차이가 얼마 안 나는 것 같다. 아무것도 몰랐고 버스는 당연히 버스 터미널에서 타는 걸로 생각했던 나는 버스터미널까지 걸어온 것이다. 직원분이 영어를 할 줄 몰라 조금 애를 먹었다. 이미 여행자 거리를 벗어나 동네 한 바퀴 구경을 마친 뒤라면 여행사를 이용하는 게 편할 것 같다. 


"헬로. 나 닌빈 가려고" 


"블라블라블라블라" 


가격표


어찌어찌 표를 받았다. 표 창구 앞 가격표에는 160000동이라고 쓰여있었는데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난 140000동을 냈다. 지금은 가격이 올랐을 수도 있다. 버스를 탔는데 슬리핑 버스였다. 이때 처음으로 슬리핑 버스를 경험했다. 누워서 갈 수 있는 버스라. '르엉옌'버스터미널에서 닌빈까지는 2시간 반이 걸린다는데 버스가 슬리핑 버스다. 신기했고 잘 안 찍는 셀카를 찍기도 했다.


슬리핑 버스 내부이땐 모든게 다 신기했어요


'이게 여행이지' 혼자 생각했다. 대체 뭐가 여행인 거고 뭐가 즐거웠던 걸까? 내가 생각해도 약간 이상했다. 닌빈으로 가는 버스에 사람은 몇 명 없었다. 버스는 정시에 출발했다. 2시간쯤 움직였을까? 기사 아저씨가 내리라고 했다.  


"닌빈? 여기가 닌빈이야?"


"블라블라블라블라"


닌빈이 맞긴 맞다. 버스 내린 곳에 표지석이 있었다.


'Ninh Binh 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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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우면 바로 잠드는 기가 막힌 신체능력을 갖고 있지만 낯선 곳에서 오래 자는 건 쉽지 않았다.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하다. 오래 잘 수 있고 조식 먹으려고 일어났다. 저렴하다. 5천 원 정도 하는 가격에 조식까지 준다니, 빵과 계란 커피를 줬다. 외국에서 먹는 첫 아침식사라 기분이 좋았다. 맛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발 냄새 친구랑 같이 먹으면서 대화를 한 탓이다. 발 냄새가 나진 않았다. 영어 때문이다. 전화를 통해 외국인과 대화를 해 본 적은 있지만 외국인을 직접 만나 대화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말 한마디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했더니 빵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그래서 맛이 기억이 안 난다. 

 

"난 독일에서 왔어"


"여기서 뭐 하는데?" 


"나 자전거 타고 여기 인도차이나반도 여행하고 있어"


"가족은?"


"다 집에 있지!"


"혼자 나와있어도 괜찮아?"


"안될 게 모야!"


한 가족의 가장인데 가족들을 남기고 혼자 나와서 여행을 하고 있는 게 신기했다.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사진 한 장 같이 찍자고 못했다. 지금은 좀 나아져서 먼저 사진을 찍자고 하는편이 됐다. 조식을 먹고 방으로 돌아갔는데 코가 리셋됐다. 코를 찌르는 지독한 발 냄새.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이 향기롭다고 느꼈다. 냄새 피하러 화장실로 간 건 지금 생각하면 웃긴 상황이다. 방 안에서 도망갈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화장실이었다니. 씻고 밖으로 나갔다. 발 냄새 덕에 부지런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시내를 한번 돌아보자는 생각에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사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정보가 없었다. 아니 정보는 있었는데 공부를 안 했다고 하는 게 맞다. 책도 있었고 블로그도 살펴볼 수 있었는데 안 했으니까.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 


걷다 보니 큰 호수가 있다. 어제도 분명 지나쳤는데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조금 여유가 생기니 보이는 호수가 꽤나 크다.  


'호안끼엠 호수' 


위에 조명들이 저녁이 되면 켜지 나봐요.웨딩 촬영 중인 예비 신혼부부


하노이의 상징이자 휴식공간으로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휴식공간이다. 벤치에 앉아 책을 보는 사람도 있고, 호수를 배경 삼아 웨딩촬영을 하는 신혼부부도 있었다. 하노이를 떠나고 나서 들은 얘기로는 저녁에는 로맨틱한 분위기가 난다고 한다.( 하노이에서 밤에 호엔끼엠 호수로 나가보지 않았다.) 호수에는 '응옥손'이라는 사당이 하나 있다. 이곳에 가면 호안끼엠 호수에서 잡혔다는 커다란 거북이 박제가 있다. 난 사람이 몰려있기에 한번 들렀는데(입장료가 있다.) 정말 거북이 박제가 있다.  


걷다가 발견한 골목인데 예쁘죠?여행자 거리


이곳저곳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걷다 보면 뒤에서 오토바이 클랙슨이 울리는데 이게 정말 스트레스였다. 


'아 여기는 정말 아닌 것 같다. 다른 도시로 가자' 


비가 내릴 것 같아 숙소로 돌아갔다. 저녁때쯤 한국에서 가입했던 카페에 한 분이 연락이 왔다.


"혼자 온 여행자들 끼리 모여서 저녁이나 먹는 건 어때?" 


저녁을 먹었다. 3명이서. 저녁 식사를 대접해주신 형님 이름이 지금 기억이 안 난다. 한국에서 일기장을 보면 알 수 있을 텐데. 죄송합니다. 그때 식사 맛있었습니다. 밥을 먹고 길에서 맥주를 마셨다. 한 컵에 정말 저렴한 가격이었다. 좀 늦은 시간이 되니깐 갑자기 사람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경찰이 단속을 온 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동네가 조용해졌다.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간건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무서웠다. 저만 경험한 건가요? 더 머물고 싶은 생각이 확실하게 없어졌다. 다음 목적지를 정해야 했다. 사람들이 하롱베이를 추천했다. 다들 추천하니깐 하롱베이로 가기 싫어졌다. 책을 펴보니 육지의 하롱베이라고 하는 곳이 있었다. '닌빈'에 가면 '장안','땀꼭'을 갈 수 있는데 이곳이 육지의 하롱베이라고 한다. 목적지를 정했다. 다음 목적지는 '닌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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