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땀꼭에 도착했다. 입구부터 '여기는 관광지' 냄새가 났다.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줄지어 있었다. 가게들을 따라 들어가니 매표소가 있다. 매표소 앞에는 나룻배들이 있고 뱃사공들이 기다리고 있다. 나룻배를 타고 강을 한 바퀴 도는 것 같았다. 매표소는 배를 타기 위한 표를 구매하는 곳이다. 웬걸 배를 여러 명이 타면 더 싼값에 탈 수 있다. 혼자서 배를 타게 되면 부담되는 가격을 지불해야 했다. 생각했던 예산에서 너무 벗어났다. 


나룻배들나룻배들


'혼자 탈까? 아님 조금 기다릴까? 조금 기다리면 나처럼 혼자 온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 



날씨가 흐려 비가 올 것 같았다. ( 이 날 비는 오지 않았다.) 마음이 비가 오길 바랬던 것 같다. 비싸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합리화 시키려고 날씨를 끌어들였다. 8km를 자전거를 타고 끌고 왔는데 '10분'도 있지 않고 돌아가기로 했다. 배를 안 타면 볼게 없었다. 조금 억울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내 선택이었다. 돌아가는 길은 좀 쉬웠다. 왔던 길을 돌아가는 게 아니고 새로운 길, 포장된 도로를 달렸다. 트럭과 자동차가 위협해서 위험하긴 했지만 괜찮았다. 소들이 무리 지어 앉아 있는 것도 보이고 '주인은 어디 갔을까?' 오지라퍼에 쓸데없는 생각도 해봤다. 


아쉬움을 달래려 국숫집으로 갔다. 똑같은 자리에 앉아서 어묵 몇 개가 올라간 똑같은 국수를 시켰다. 아저씨가 이제 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빈속을 감싸는 따뜻한 국수가 아쉬움을 달래줬다.


국수집 아저씨국수


방에 들어왔다. 친구에게 오늘 일에 대해 말해줬다.


"언제 다시 갈지 모르는데 돈이 뭐가 중요해? , 혼자라도 타지 그랬어."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땀꼭에 마음이 안 갔다. 내겐 돈의 가치가 더 높았다. 나랑 안 맞는 곳이었나 보다. 


반응형

'베트남 > 닌빈,땀꼭,장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안] 웅장한 웅(장안)??  (0) 2018.08.30
[닌빈] 땀꼭으로 달리다.  (0) 2018.08.28
[닌빈] 정감가는 도시 닌빈  (0) 2018.08.27
반응형

자전거 타는 거 좋아하시나요? 시골길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그 기분. 모두가 아는 그 행복한 기분을 느끼고 싶어 자전거를 빌렸다. 기어가 없는 바구니 달린 자전거를 호텔에서 빌려줬다. 3달러를 내면 하루 종일 탈 수 있다. 


호텔에서 빌린 자전거


탐꼭을 가기로 했다. 육지의 하롱베이라고 불리는 땀꼭. 숙소에서 8km 정도 떨어진 거리였다. 자전거로 시골길 8km을 달릴 생각에 신이 났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시원한 바람을 맞는 상상을 했다. 양 팔을 벌리고 영화에 나올법한 그런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다. 물병 하나 챙겨들고 길을 나섰다. 동네 한 바퀴는 돌아줘야 예의지. 동네에 한국 사람 혼자 여기 왔다. 뽐내고 싶었다. (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었다.) 동네 아주머니들을 만났다. 자전거를 타고 장사하러 나가시는 것처럼 보였다. 손을 흔들었다. 웃으며 같이 흔들어 주셨다.


아주머니들아주머니들


땀꼭으로 간다.( 요즘에는 하노이에서 투어 상품으로 땀꼭까지 올 수 있다. 시간이 없으신 여행자분들은 투어 상품을 이용하는 게 훨씬 좋다. 또 땀꼭에도 숙소가 있는 것 같다. 땀꼭에 숙소를 잡고 체류해도 될 것 같다.) 지도를 따라 시골길을 달렸다. 우리네 시골과 마찬가지로 자전거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도로를 달렸다. 바로 옆을 트럭이 지나가고 자동차들이 지나간다. 조금 위험했다. 도로를 벗어나니 한적한 시골길이 나왔다. 소똥 냄새가 진동하는 길에 소똥이 널려있는 그런 길. 시골이 주는 이런 정취가 좋았다.


시골길시골길


마냥 좋을 것만 같았다. 비포장도로를 만나는 건 내 예상에는 없었다.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속도는 무슨 자전거를 탈 수도 없었다. 손으로 끌고 갔다. 조금 이상한 것 같아 지도를 넓게 보니 다른 길도 있었다. 지도 어플의 내비게이션 기능을 사용해봤는데 이 기능 참 똑똑하다. 나를 운동시키려는 거였다. 지도 먼저 크게 보고 가길 권한다.


비포장 도로


로망이 얼마 안가 깨졌네요. 속으로 돌아갈까? 계속 갈까?' 를 수십 번 고민했어요. 속으로 고민하면 뭐 해요. 너무 많이 와버린걸요.

비포장도로를 벗어났네요. 쉽게 올 수 있는 포장도로가 있다는 것도 이때 알았어요. 괜찮아요. 언제 비포장도로를 자전거 타고 가보겠어요. 이 선택이 지금 저에게 추억이 됐잖아요. 


시골길을 달리며 양팔을 넓게 펼쳐보는 그런 로망은 깨졌다. 마음속에선 '돌아가자 돌아가자'를 반복하고 있었다. 고민했다.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왔다는 걸 깨닫고 그냥 가기로 했다. 얼마 안가 비포장도로를 벗어났다. 편하게 올 수 있는 포장도로가 있다는 걸 이때 다시 확인했다. '괜찮아, 언제 이런 길 자전거 타고 와보겠어.' 재밌는 추억이 됐다.


혼자 여행할 때는 언제나 선택을 해야 한다. 계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마음이 하는 대로 마음의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어떤 선택을 해도 추억으로 남는다.




반응형

'베트남 > 닌빈,땀꼭,장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안] 웅장한 웅(장안)??  (0) 2018.08.30
[땀꼭] 10분동안 땀꼭(Tam coc)  (0) 2018.08.29
[닌빈] 정감가는 도시 닌빈  (0) 2018.08.27
반응형

20대 초반에 겪는 어려움이 있었다. 당장의 실패에 좌절했고, 미래에 대해 걱정했다. 실패로부터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걸 모를 때 여행을 시작했다. 처음엔 큰누나의 권유로 시작됐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이유가 따로 있지는 않았다. 당시 비엣젯 항공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었고 인천-하노이행 비행기 표를 저렴하고 구매할 수 있었다. '저렴한 표'가 시작이 된 이유라면 이유다. 전에 혼자 여행을 해본 적이 없었다. 사실 설렘보다는 무섭고 두려웠다. 나에겐 또 하나의 도전이 됐다.


인천에서 하노이로 가는 건 어렵지 않다. 그냥 비행기를 타면 됐다. 타라고 할 때 타면 됐고 내리라고 할 때 내리라면 됐다. 문제는 이제 부터 시작된다. 하노이 공항에서 시내까지 이동해야 했다. 한 포털사이트 블로그에서 본 기억이 떠올랐다. 시내까지는 벤을 타고 이용하는 게 저렴하다는 정보. 공항 내 와이파이를 이용 '하노이 공항 벤' 을 검색해 벤이 서 있는 출구까지 알아냈다. 블로그들 정말 대단하다. (왼쪽 끝으로 나갔던 것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는 벤 가격은 3달러였다. 3달러를 선불로 지불하고 편한 자리에 앉았다. 바로 출발하는 걸로 알았다. 문제가 생겼다. 출발을 안 하기에 궁금해 물었더니 인원수를 채워야 출발한단다. 그래서 한 30분 기다렸다. 30분 기다리니 나와 같은 여행자들이 모였고 출발할 수 있었다. 하노이 시내까지 들어가는 데 꽤나 걸렸다. 사실 어디서 내려줄지 몰랐기 때문에 불안하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여행자 거리 중심에는 내려주지 않았다. 걸어야 됐다. 12월에 하노이는 꽤나 쌀쌀했다. 흐리고, 어둡고, 공기가 무거웠다.( 낯선곳이라 느낀 나의 주관적인 느낌이다.)  첫 느낌이 좋지 않았다.


오토바이가 많이 없을때 찍은 사진이다..

 

혼자 하는 첫 여행이었다. 불안감에 한국에서 호스텔부커스라는 어플을 통해 도미토리 숙소를 예약했다. 이 숙소를 찾아가야 했다. 가뜩이나 첫 느낌이 좋지 않았는데 뒤에서 오토바이가 클랙슨을 울려댔다. ( 위험하다고 알려주는 신호다. 나를 지켜주기 위한 신호다.) 누군가 뒤에서 일부러 놀래킬 때, 그때랑 느낌이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걷다 보면 정말 예상 못 할 타이밍에 위험 신호가 온다. 내 불안감과 긴장감을 배로 올려줬다. 배고프고 쌀쌀하고 짜증이 날 때쯤 숙소를 찾았다. 4인 도미토리라고 했다. 방을 안내해준다고 따라오라고 한다. 입구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악취가 코를 찔렀다. 


‘아, 잘못 걸렸다’ 


방으로 들어갔는데, 와 처음 맡아보는 고약한 발냄새. 너무 고약해서 코를 막아도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리셉션 카운터로 내려갔다.

 

"방 바꿔줘. 냄새 장난 아니야. 너 따라와서 맡아봐."


직원이 방으로 왔고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예의상 따라온 것 같다. 사실 못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고약했다.)


"미안해 방이 없어. 근데 환불은 안돼."


선택권이 없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내가 화를 낼 수도 없었다. 해가 졌고 배도 고프고 따로 숙소를 구할 힘이 없기도 했다. 이틀만 버티자가 돼버렸다.


길가다 만난 신발가게. 이 때는 모든게 다 신기하고 새로워 보였다.


밖으로 나갔다.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출발하기 전 인천공항에서 먹고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해가지고 밤이 되니 꽤나 무서웠다. 그래서 어디 멀리 나가 볼 용기가 안 나서 두리번거리다 한 국숫집을 발견했다. 길에 의자와 상이 펴있고 많은 현지인이 앉아 먹는 국수가 맛있어 보였다. 옆에 자연스럽게 앉아 국수를 주문했다. 고수가 한가득 얹어져 나왔다. 고수를 잘 먹지 못했을 때다.(지금은 잘 먹어요. 좋아하진 않지만...)다 먹었다. 남기면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다는 이상한 착각을 했다. 그래서 다 먹었다.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발냄새의 출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독일에서 온 친구. 자전거를 타고 여행 중이라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 냄새는 너무 심했다.


'아 발냄새만 아니면 너를 좀 더 따뜻하고 친근하게 맞아줄 수 있었을 텐데..'


이런 곳에서 잘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접어두는 게 좋다. 머리만 대면 잠들어버리는 내 어마어마한 신체능력 덕에 숙면을 취했다.


역사적인 첫날이 지나갔다. 







반응형

'베트남 > 하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노이] 하노이를 떠나는 길  (0) 2018.08.26
[하노이] 하노이를 떠나야겠다.  (0) 2018.08.2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