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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엠립까지 오는 길은 험난했다. 오전 출발한 캄보디아행 버스는 2시간 정도 달려 캄보디아 국경에 도착했다. 시간 절약을 위해서였는지 안내원 한 명이 여권과 35$씩을 걷어갔다. 모두가 내려 그를 따라갔다. 국경 수속하는 곳엔 많은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버스 안내원 한 명은 우리 여권 전부를 들고 가 도장을 받아온 후 여권을 돌려줬다. 여권을 다시 받아들고 걸어서 국경을 넘었다. 버스도 국경을 넘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에 모두가 탑승한 게 확인된 후 프놈펜으로 출발했다.


사실 캄보디아 관광비자 가격은 30$다. 우리가 지불한 35$ 중 5$의 행방은 잘 모르겠다. 추측만 할 수 있는데 안내원이 모든 여권을 들고 가면 국경 공무원은 기계처럼 도장을 찍어준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생각해보면 돈의 행방을 대충 추측할 수 있다. 뭐 어찌 됐건 국경은 잘 넘었다. 이제 버스는 프놈펜으로 달린다. 


난 호치민에서 씨엠립까지 가는 버스 표를 구매했다. 국경을 넘은 버스는 프놈펜까지만 가는 버스였고 한 여행사 앞에 우리를 내려줬다. 이미 국경을 넘었고 베트남에서 표 값을 지불했다. 혹시라도 이들이 프놈펜까지 가는 표를 씨엠립까지 간다고 속여 비싸게 팔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했다. 불안감에 여행사 직원에게 여러 번 물었다. 그들은 안심하라는 듯이 종이 한 장을 건네줬다.


프놈펜 여행사 앞에 내려줬다. 여기서 왼쪽에 보이는 툭툭이(?)를 타면 버스터미널에서 내려준다.


그리고는 오토바이(툭툭이?)를 타라고 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조금 달려 한 버스터미널 앞에 나를 내려줬다. 


캄보디아어로 써 있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나타내는것 같다.


여기서 씨엠립행 버스를 기다리면 됐다. 씨엠립행 버스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끼니를 해결했다. 캄보디아에서 첫 식사였는데 볶음밥을 먹었다. 먹고 나와 벤치에 앉아 기다리니 씨엠립으로가는 버스가 왔다. 제시간에 버스를 탔다.


버스터미널앞 주전부리 상인


씨엠립까지 가는 길이 꽤나 험난했다. 비포장 흙길을 달렸다. 해가지니 앞은 가로등 하나 없는 도로는 위험했다. 상행 차선, 하행 차선을 나누는 경계는 없었다. 서로 마주 보고 달려오는 차들이 부딪힐 것만 같았다. 비포장 흙길을 달리는 건 버스만이 아니었다. 트럭, 차, 오토바이 대부분의 교통수단이 이 길을 이용했다. 차가 지나가면서 생기는 흙 먼지가 버스 공기구멍을 통해 들어왔다. 숨을 쉴 때마다 흙 먼지가 같이 몸으로 들어왔다. 버스 안은 흙먼지 냄새로 가득 찼고 입으로 숨 쉬는 건 어려웠다. 마스크가 필요했다. 씨엠립까지 쭉 흙먼지 가득한 비포장길을 달렸다. 


오전 호치민에서 출발한 버스는 자정이 가까워서 씨엠립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숙소를 찾는 거였다. 버스가 내려준 곳에서 여행자 거리까지는 또 걸어야 했다. 여행자거리에서 떨어진 길엔 들개들이 많다. 조금 사나운 이 개들을 조심해야 했다. 지나가면 짖어대며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이 개들이 무서웠다. 동행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혼자서 이 길을 걷는다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여행자거리에 들어서면 숙소 찾는 건 일도 아니었다. 일단 흙먼지를 가득 마시고 하루 종일 버스와 씨름하느라 지쳐 있었다. 가장 먼저 보이는 숙소에 들어갔다. 예산에서 벗어난 가격이었다. 지금까지 지냈던 숙소와는 다르게 조금 더 고급(?)졌다. 예산에서 벗어난 가격이라지만 1달러 2달러 차이였다. 숙소 가격은 6달러였다. ( 예산은 하룻밤 4~5달러였고 더 저렴 할수록 좋았다.) 씻고 누움과 동시에 기억을 잃었다.


연말에 씨엠립에 도착하는 건 베트남에서 미리 계획해둔 일이었다. 1월1일 앙코르와트에서 해돋이를 보려고 마음먹었다. 신년을 아름다운 일출과 함께 시작하고 싶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다른 나라에서 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한 적이 없었기에 한껏 기대하고 있던 나였다. 꽤나 부지런을 떠는 타입이라 새벽녘에 일어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설렘 가득 안고 캄보디아 여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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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 무이네 지프투어(선셋)을 마치고 맛있는 저녁까지 먹은 나와 동행은 지쳐서 거의 쓰러져 잠들었다. 눈을 감은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3대의 핸드폰에서 동시에 울려대는 알람소리 덕에 모두가 기상할 수 있었다. 세안을 할 힘도 여유도 없었다. 옷만 후다닥 입고 밖으로 나갔다. 무이네 지프투어(선라이즈)의 경우 새벽에 출발해서 그런지 꽤나 쌀쌀하다. 긴 옷을 입는 게 좋다. 무이네 지프투어에 대해 팁을 하나 알려주자면 무이네 지프투어(선라이즈)를 투어로 이용하고 선셋에 경우는 오토바이를 렌트해 직접 레드샌듄으로 가 보는 게 좋다. 아 언제나 오토바이 운전은 조심해야 한다.( 이때도 오토바이를 타던 한 관광객이 엎어져있는 걸 봤다.) 


새벽녘 어두컴컴한 길 위에서 지프가 오길 기다렸다. 사실 안 왔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에서 말하고 있었다. 약속했던 시간보다 늦게 오긴 했지만 지프는 도착했다. 바로 화이트 샌듄으로 갔다. 화이트 샌듄에서 일출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피싱빌리지, 요정의샘, 레드샌듄으로 이어지는 투어였다. 창문이 없는 지프로 쌀쌀한 새벽바람이 몰아쳤다. 많은 지프가 우리 같은 여행자를 태우고 화이트 샌듄으로 향한다. 가로등이 없는 어두운 길을 달리기 때문에 서로 서로 양보하고 조심해서 운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해가 깨어나 고개를 들 무렵 화이트 샌듄에 도착했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유혹이 찾아왔다.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려면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야 한다. 발이 푹푹 빠지고 미끄러지는 탓에 작용은 하는데 반작용은 못 받는다. 때문에 올라가는 게 사실 조금 쉽진 않다. 그래도 막 땀을 뻘뻘 흘려서 올라가야 되는 그 정도에 경사와 거리는 아니다. 중요한 건 잠이 덜 깬 상태였다. 4륜 오토바이 기사들이 빠른 속도로 왔다 갔다 하며 나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4륜 오토바이를 직접 빌릴 수도 있고 뒤에 탈 수도 있다. 유혹에 넘어갔다. 4륜 오토바이를 직접 빌려서 운전하진 않고 안전하게 뒤에 타는 걸로 했다.



올라와보니 하늘의 색이 달랐고 공기가 달랐다. 하늘과 공기와 화이트샌듄의 색이 새로운 조합을 이루고 있었고 어제와는 다른 곳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참 구경을 하고 있는데 어디서 온 친구들인지 4륜 오토바이를 위험하게 타고 놀고 있었다. 중국 관광객인 것 같았는데 높은 곳에서 속도를 내며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4륜 오토바이가 뒤 짚였고 사고가 났다. 피가 많이 흘렀고 병원으로 가는 모습을 봤다. 여행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행하다 다치는 것만큼 안타까운 게 없다.



해가 고개를 들면서 하늘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구름이 해를 가려 부분적으로 붉게 물들었다. 구름이 가려 해를 보지 못할 거란 생각에 먼저 내려가 기다리기로 했다. 내려가는 길에 구름 사이로 드러나는 해 모습이 보였다. 해와 눈이 마주쳤다. 무이네 지프투어(선라이즈)도 성공했다. 


일출


여기까진 좋았는데 남은 투어 일정이 있었다. 피싱빌리지, 요정의 샘을 다시 갔고 레드샌듄을 갔다. 해가 있을 때도 레드샌듄은 여전히 붉었다. 개인적으론 화이트샌듄 보다 레드샌듄이 더 이뻤다. 


레드샌듄레드샌듄


무이네에서 계획했던 모든 일정이 끝났다. 캄보디아로 넘어가기 위해 호치민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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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가 금메달을 땄네요. 너무 기분이 좋아요. 저 정말 축구 좋아하거든요. 


호이안에서 아침이 밝았다. 숙소 바로 옆 로컬 시장에 들러 베트남식 비빔국수를 한 그릇했다. 현지인과 같이 의자에 앉아 밥 먹는 걸 좋아한다. 동행이 생겼지만 낮에는 보통 혼자 다니는 걸 선호했다. 그래서 때때로 사람들이 오해를 하기도 했다. ( 이런 일 때문에 나중엔 동행을 안 찾게 됐다.)


호이안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해보면, 호이안은 16세기 중엽 이래 무역도시로 번성했다. 일본인 마을이 따로 생길 정도로 일본과 교역이 잦았다. 지금은 내원교라는 돌다리 하나가 일본인 마을의 흔적으로 남아있고 다른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내원교는 관광 명소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내원교


호이안의 아름다운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구시가지에는 오래된 가옥들을 개조해 만든 가게들이 많다. 가게들이 만드는 복고적인 느낌이 호이안의 매력이다. 많은 테일러 숍이 있는데 요즘 여성 관광객분들이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를 맞춤으로 구매해 입는다. 낮에도 매력적인 호이안은 밤이 되면 또 다른 매력을 갖는다. 은은하게 빛나느 등불이 복고적인 건물들과 조화를 이룬다. 등불이 주는 차분하고 따뜻한 느낌에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더운 날씨 탓에 대낮에 많은 시간 걸어 다니는 건 어렵다. 내 경우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잇는 투본강 다리 주변에 있는 가게에 앉아 강을 보며 맥주 마시는 걸 좋아했다. ( 내 여행 스타일이기도 한데 활동적으로 움직이기보단 맥주 마시는 걸 더 선호한다. 주정뱅이는 아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눈앞에는 잔잔한 강이 펼쳐졌다. 구시가지에 건물들도 눈에 들어온다. 바쁘게 움직이는 여행자를 구경하기도 한다. 맥주 맛이 몇 배는 더 좋다. 몇 시간이고 앉아 있곤 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 가게 저 가게 기웃거리며 저녁 메뉴를 골랐다.


투본강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잇는 다리


어둠이 찾아오면 길에는 베트남 등불을 밝힌다. 가게 앞에 걸려있기도 하고 팔기도 한다. 아름다운 문양들이 그려진 등불들에 마음을 뺏기곤 했다.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이 시간에 투본강 근처에 가면 소원등을 파는 장사꾼을 볼 수 있다. 소원등을 구매해 소원을 빌고 투본강위로 띄울 수 있다. 많은 수에 소원등이 강 위에 떠오르면 그게 또 장관이다.



요즘 관광객들이 호이안을 많이 찾고 있다. 방송에서도 여러 번 나오기도 했다. 사람이 몰리면 돈이 몰리기 마련이고 그러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호이안이 매력을 잃지 않으면 좋겠다. 변하지 않으면 좋겠다. 호이안에서 느낀 설렘을 잃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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