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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작정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없었다. 그냥 보이는데로, 길이 있는 곳으로 걸었다. 

콜카타 골목길콜카타 한 골목

인도길거리인도의 하루도 바쁘게 흘러간다

걷다가 동물들을 만났다. 길거리에 왜 커다란 소가돌아다닐까. 처음에는 무서웠다. 소가 혹시라도 달려들지 않을까. 나보다 무게가 3배는 나가보이는 저녀석이 나를 들이 받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말도 안되는 상상이 펼쳐졌다. 염소도 있다. 염소의 목줄은 철문에 걸려있다. 염소와 목줄이라니, 동물들이 사람과 함께 자유롭게 걸어다니는 이곳이 인도다.

길거리 소소 안녕

염소염소 안녕

정신없는 길거리를 걸었다. 한국에선 생소한 인력거꾼 (여기서는 릭샤왈라라고 부른다.), 릭샤 왈라가 종을 울리면 길을 피켜줘야했다. 맨발에 마른 체격을 가진 릭샤 왈라는 손님을 태우고 힘들게 인력거를 끌고 있었다. 그들은 손님을 원했다. 손님이 없을때는 인력거를 세우고 인력거에 앉아 손님을 기다렸다. 

릭샤 왈라인력거꾼 릭샤왈라

릭샤왈라인력거꾼 릭샤왈라

그 위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그 위에서 호객행위를 하기도 했다. 어떤 여행자는 처음보는 인력거가 신기해 인력거에 오르기도 했는데 릭샤 왈라에 모습을 보며 쓸데없는 걱정과 쓸데없는 동정심에 다짐했다. 릭샤는 절대 타지 않겠다라고. 릭샤 왈라에게는 내 쓸데없는 걱정과 동정심보다는 돈이 더 가치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릭샤왈라인력거 위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길을 지나가다 나와 친구들은 화장실이 가고싶었다. 야외 화장실처럼 보이는 곳이 있어 들어갔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들어가 용변을 해결했다. 


옆에서는 빨래를 하고 목욕을 하는 여기는 길 한복판이였다. 어느 누구하나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콜카타 길거리길거리 빨래터 혹은 목욕탕

허름한 한 가게에서 고기를 걸어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고기가 신선할까. 상하지는 않을까. 괜찮을까. 괜한 오지랖을 떨었다.

정육점길거리 정육점

만국 공통 적십자 마크가 보이고 저기는 약국이라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길거리에 펼쳐진 모든 광경들은 내가 인도에 있음을 실감하게 해주고 나와 친구들은 이에 적응하고 있었다.


무너질것만 같은 오래된 담벼락 아래 겉은 낡았지만 날은 날카로운 면도칼을 들고 누군가에 수염을 다듬는 이발사들. 멋지게 다듬어진 수염에 만족하며 돌아가는 손님들. 내공이 가득 느껴지는 그들에게 내 수염을 맡겨보고 싶지만 내 수염은 그들의 칼을 견딜 만큼 두껍지 않았다.

길거리 이발사길거리에서 받는 면도는 무슨 느낌일까

식사는 언제나 카레가 들은 요리로 슈퍼푸드라고 불리는 렌틸콩이 가득 들어있는 인도요리 ''과 프라따 혹은 로띠를 곁들여 먹으면 입에서 빵고 카레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살살 녹았다. 우리는 매끼니 이렇게 먹자며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긴 대화를 나누곤 했다.

인도음식인도 커리와 달

아 택시를 타봤다. 우리는 호기심에 노란색 택시를 타봤다. 요즘 차 와는 다르게 긴 쇼파형 의자 2개로 구성된 차. 내부는 역시 오래된 만큼 허름했고 요즘 나오는 차들에 자동 시스템이란 없었다. 이런 클래식함이 너무 맘에 들었다. 운전석에 앉아 자연스럽게 담배를 꿈뻑꿈뻑 피워대던 운전기사. 가격은 흥정하는 만큼 측정. 터무니 없는 가격인것 같지만 속아주는 척 넘어가는 우리의 쿨함. 경험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콜카타 구석구석을 보며 조금씩 인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콜카타를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우리는 인도의 전부를 본 것 마냥 인도 여 생각보다 괜찮은데? 라며 자신감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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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든 머리만 대면 잠들어버리는 어마어마한 능력. 부모님이 내게 주신 소중한 선물이 아닐까 싶다. 꼭 어디선가 벌레가 나올것 같은 환경에서 난 깊이 잠들어 버렸다. 분명 어두웠던 방안이 눈을 떠보니 환하게 빛이 들어온다. 인도에서의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코속이 답답했다. 뭔가 꽉 차있는듯 답답한 코를 풀었더니 헉. 까만 먼지가 잔뜩하다. 입을 벌리고 잠을 자는 나는 먼지를 다 먹었겠지.


호텔마리아 오리호텔마리아 오리들

호텔마리아 오리내 크록스를 물곤했다. 잘 있냐 너희


까만 먼지를 보며 이제 인도에 왔구나 실감나기 시작했다. 12월의 북인도는 쌀쌀하다. 12월의 콜카타 날씨는 우리 가을 날씨 같았는데 낮에는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고 밤에는 쌀쌀해지는 그런 날씨였다. 찬물로 고양이 세수를 하고 호텔 마리아 밖으로 나갔다. 




한 카레향이 풍기는 써더스트리트 거리. 호텔마리아 앞에 한 가게 앞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한 아저씨가 불 앞에 앉아서 무언가를 끓이고 있었고 그 주위로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며 작은 도자기 컵을 들고 홀짝홀짝 무언가를 마시고 있었다. 다 마시고 나면 도자기 컵을 던져 깨트리는 모습에 나와 내 친구들의 호기심은 커졌다.


짜이아저씨호텔마리아 앞 짜이아저씨


발걸음이 아저씨 앞으로 향했다. 누가봐도 많은 시간 불 위를 견뎌낸것 같은 냄비. 그 안에 끓고 있는 갈색 액체. 그렇다. 이게 짜이였다. 인도의 국민차 짜이. 홍차에 우유, 설탕, 그리고 향신료를 넣어 끓인 인도식 차. 인도 사람들은 하루를 짜이로 시작해 짜이로 마감한다고 할 정도로 사랑 받는 이 짜이를 드디어 만난것이다.




 마침 우리가 만난 이 시간에 새롭게 짜이를 끓이고 있었다. 한잔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니 짜이를 '플라스틱'컵에 준다. 내 친구는 도자기컵에 받았는데 나는 플라스틱컵에 준다. 어? 난 도자기컵에 먹고 싶었는데.. 도자기 컵이 다 떨어졌나보다. ( 이때는 몰랐는데 가격이 다르다.) 라고 생각하며 짜이를 홀짝홀짝 마셨다. 달달한 설탕맛과 향긋한 향신료의 향을 머금은 짜이가 밤새 먹은 먼지를 내려주듯 따뜻하게 위장을 타고 내려갔다. 우리의 아침도 따뜻한 차이와 함께 시작됐다.  


짜이짜이


써더스트리트엔 노랗고 클래식한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다. 콜카타에서만 볼 수 있는 이 노란색 택시. 올드하고 클래식하고 한편으론 촌스럽다고 느껴지지만 오히려 더 멋져보이는 이 택시들은 콜카타의 상징이다. 택시를 줄지어 세워놓고 택시기사들은 여행자들에게 택시?택시? 하며 떡밥(?)을 던지곤 했다. 그냥 말로만 던지곤 여행자들이 관심이 없으면 쿨하게 다시 하던일 하곤 했다.


노란색택시노란택시들

써더스트리트써더스트리트 노란색 택시들

써더스트리트써더스트리트


이 날은 유독 기분이 좋았다. 짜이의 강렬하고 달달한 맛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줄줄이 서있는 노란 택시들이 내 맘을 휘어잡았던 걸까? 시작도 안한 인도 여행이 끝나지 않기를 바랬다. 앞으로 어떤일이 벌어질지도 모른체 인도에 머무를 날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써더스트리트를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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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를 배낭여행하며 돌아다닐때 뭔가 내공이 느껴지는 배낭여행자들을 만나면 그들은 언제나 인도에 관하여 얘기를 하곤 했다. 3달이상 동남아시아에 머물면서 어느정도 내공이 쌓였다고 생각했고 수염도 자랄때로 자라 모습이 꼭 사진으로만 보던 멋진 배낭여행자 같았는데 인도얘기를 들을때마다 우물안 개구리가 된듯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웃긴데 배낭여행자면 여행자지 뭘 그렇게 티내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동남아시아 5개국을 100일에 걸쳐 돌아다니고 집에 돌아와 인도 관련 다큐멘터리나 다른 여행자들이 포스팅한 인도 관련글을 보면서 인도에 갈 날만을 꿈꿨다. 손으로 밥을 먹는 문화와 커리향 가득 베인 먹을거fl 그리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 상상 그 이상이라고 하는 인도를 꼭 가고 싶었다. 내가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내년이면 14년지기가 되는 일명 불알 친구들이 인도에 가보자며 연락이 왔다. 친구들도 인도가 어떤 나라인지 궁금했나보다. 우리는 같이 태국을 경유해 북인도에 콜카타로 향했다.


콜카타 공항에 입국 심사장. 입국 심사원이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통에 당황했지만 우리는 잘 통과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뭘 상상했던 걸까. 허름하게 다 무너져 가는 공항? 꼬릿꼬릿한 냄새가 나고 청소가 필요해 보이는 그런 공항? 난 깔끔하게 정돈 된 공항에 모습에 나도 모르게 실망해버렸다. 정돈 안되고 더럽고 그런게 뭐가 좋다고 이런 기대를 했는지 그리고 내가 인도라는 나라를 생각하는 방향이 확실히 잘못됐다는 걸 인지하게 된 순간이었다. 


콜카타공항콜카타공항

콜카타공항콜카타공항


공항에서 만난 한 여행자덕분에 콜카타에 있는 여행자거리인 서더스트리트로 가는 버스를 쉽게 탈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서더스트리트로 가는길에 바깥 풍경을 보면서 인도에 왔다는게 체감되기 시작했다. 거리에 보이는 인도사람들과 인도가게들 그리고 우리에겐 생소한 인력거꾼 릭샤왈라들이 보였다. 도로에는 양보와 참을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게 무질서했다. 잠깐의 멈춤과 기다림을 허용하지 않는 쩌렁쩌렁 울리는 자동차 크락션소리가 이를 증명했다. 


써더스트리트행 버스콜카타 공항에서 써더스트리트행 버스


서더스트리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버스가 정차했고 여기서부턴 걸어서 찾아갈 수 있다고 했다. 우리에게 스마트폰은 있었지만 USIM카드를 구매하지 않은 스마트폰은 무용지물이었다. 사람 사는곳이 다 똑같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 '웨얼이즈 서더스트릿?' 이 청년은 귀에 꽂은 이어폰으로 보아 음악을 듣는것처럼 보였지만 내 말을 들었는지 친철하게 웃으며 길을 안내해줬다. 그리곤 '웨얼알유프롬'하고 물었고 코리아라는 대답에 더욱 호탕하게 웃으며 쿨하게 가던길로 돌아갔다.


콜카타콜카타 시내


서더스트릿에서 처음한일은 숙소를 찾는 일. 사전에 조사한 여러 정보에 따르면 여행자들에게 유명한 여러 숙소들이 있다고 했다. 그 중 베드버그가 출몰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는 '호텔마리아'로 갔다. 처음 마주하는 인도에 숙소. 밝은색이지만 우중충한 느낌을 주는 페인트, 그리고 얼룩들 천장에는 꼭 떨어질 것만 같은 펜이 돌고 있었다. 곰팡이 핀 매트리스에 새로운 커버를 씌워줬지만 커버위로 올라오는 거뭇거뭇한 흔적들, 끼걱끼걱 소리를 내는 나무 침대 몇개가 우리가 처음 본 인도의 방이었다. 그래도 뜨거운물은 당연히 안 나오는 개인 화장실이 딸린 방이었다. 다른데 가볼 필요도 없이 이구동성으로 우리는 좋아. 라고 하며 이 곳에 짐을 풀었다.


호텔마리아호텔마리아 간판

호텔마리아호텔마리아 4인실

호텔마리아스위치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우리는 밖에서 퍼지는 카레향에 침이 자꾸 고였다. 써더스트리트를 한 바퀴 돌아 사람이 가장 많은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생소한 풍경. 인도에 왔으니 커리를 시켜보자. 치킨이 들어있는 커리와 밥, 그리고 쁘라타라고하는 얇은 빵이 나왔다. 수저,포크 어느하나 나오지 않는다. '어? 진짜 손으로 먹는거야?' 식당 내에 있는 세면대에서 손을 닦고 커리를 밥에 얹어 흩어지는 밥알을 모아가며 우리에 인도 첫 식사를 시작했다. 흩어지는 밥알을 손으로 모으는게 쉽지 않았다. 손으로 처음 밥을 먹어보는게 쉽지도 않았다. 그래도 이제 적응하는거지 뭐 하며 먹고있는데 수저를 주는게 아닌가! 주변을 둘러보니 손으로 밥을 먹는 사람들과 수저로 밥을 먹는 사람들 모두가 있었다. 아 모두가 손으로 밥을 먹지는 않는구나, 조금씩 변하고 있구나.


콜카타식당첫식사 첫식당


우리는 손으로 흩어지는 밥알을 꾹꾹 모으며 인도와 첫인사를 나눴다. 인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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