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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든 머리만 대면 잠들어버리는 어마어마한 능력. 부모님이 내게 주신 소중한 선물이 아닐까 싶다. 꼭 어디선가 벌레가 나올것 같은 환경에서 난 깊이 잠들어 버렸다. 분명 어두웠던 방안이 눈을 떠보니 환하게 빛이 들어온다. 인도에서의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코속이 답답했다. 뭔가 꽉 차있는듯 답답한 코를 풀었더니 헉. 까만 먼지가 잔뜩하다. 입을 벌리고 잠을 자는 나는 먼지를 다 먹었겠지.


호텔마리아 오리호텔마리아 오리들

호텔마리아 오리내 크록스를 물곤했다. 잘 있냐 너희


까만 먼지를 보며 이제 인도에 왔구나 실감나기 시작했다. 12월의 북인도는 쌀쌀하다. 12월의 콜카타 날씨는 우리 가을 날씨 같았는데 낮에는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고 밤에는 쌀쌀해지는 그런 날씨였다. 찬물로 고양이 세수를 하고 호텔 마리아 밖으로 나갔다. 




한 카레향이 풍기는 써더스트리트 거리. 호텔마리아 앞에 한 가게 앞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한 아저씨가 불 앞에 앉아서 무언가를 끓이고 있었고 그 주위로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며 작은 도자기 컵을 들고 홀짝홀짝 무언가를 마시고 있었다. 다 마시고 나면 도자기 컵을 던져 깨트리는 모습에 나와 내 친구들의 호기심은 커졌다.


짜이아저씨호텔마리아 앞 짜이아저씨


발걸음이 아저씨 앞으로 향했다. 누가봐도 많은 시간 불 위를 견뎌낸것 같은 냄비. 그 안에 끓고 있는 갈색 액체. 그렇다. 이게 짜이였다. 인도의 국민차 짜이. 홍차에 우유, 설탕, 그리고 향신료를 넣어 끓인 인도식 차. 인도 사람들은 하루를 짜이로 시작해 짜이로 마감한다고 할 정도로 사랑 받는 이 짜이를 드디어 만난것이다.




 마침 우리가 만난 이 시간에 새롭게 짜이를 끓이고 있었다. 한잔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니 짜이를 '플라스틱'컵에 준다. 내 친구는 도자기컵에 받았는데 나는 플라스틱컵에 준다. 어? 난 도자기컵에 먹고 싶었는데.. 도자기 컵이 다 떨어졌나보다. ( 이때는 몰랐는데 가격이 다르다.) 라고 생각하며 짜이를 홀짝홀짝 마셨다. 달달한 설탕맛과 향긋한 향신료의 향을 머금은 짜이가 밤새 먹은 먼지를 내려주듯 따뜻하게 위장을 타고 내려갔다. 우리의 아침도 따뜻한 차이와 함께 시작됐다.  


짜이짜이


써더스트리트엔 노랗고 클래식한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다. 콜카타에서만 볼 수 있는 이 노란색 택시. 올드하고 클래식하고 한편으론 촌스럽다고 느껴지지만 오히려 더 멋져보이는 이 택시들은 콜카타의 상징이다. 택시를 줄지어 세워놓고 택시기사들은 여행자들에게 택시?택시? 하며 떡밥(?)을 던지곤 했다. 그냥 말로만 던지곤 여행자들이 관심이 없으면 쿨하게 다시 하던일 하곤 했다.


노란색택시노란택시들

써더스트리트써더스트리트 노란색 택시들

써더스트리트써더스트리트


이 날은 유독 기분이 좋았다. 짜이의 강렬하고 달달한 맛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줄줄이 서있는 노란 택시들이 내 맘을 휘어잡았던 걸까? 시작도 안한 인도 여행이 끝나지 않기를 바랬다. 앞으로 어떤일이 벌어질지도 모른체 인도에 머무를 날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써더스트리트를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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