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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를 배낭여행하며 돌아다닐때 뭔가 내공이 느껴지는 배낭여행자들을 만나면 그들은 언제나 인도에 관하여 얘기를 하곤 했다. 3달이상 동남아시아에 머물면서 어느정도 내공이 쌓였다고 생각했고 수염도 자랄때로 자라 모습이 꼭 사진으로만 보던 멋진 배낭여행자 같았는데 인도얘기를 들을때마다 우물안 개구리가 된듯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웃긴데 배낭여행자면 여행자지 뭘 그렇게 티내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동남아시아 5개국을 100일에 걸쳐 돌아다니고 집에 돌아와 인도 관련 다큐멘터리나 다른 여행자들이 포스팅한 인도 관련글을 보면서 인도에 갈 날만을 꿈꿨다. 손으로 밥을 먹는 문화와 커리향 가득 베인 먹을거fl 그리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 상상 그 이상이라고 하는 인도를 꼭 가고 싶었다. 내가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내년이면 14년지기가 되는 일명 불알 친구들이 인도에 가보자며 연락이 왔다. 친구들도 인도가 어떤 나라인지 궁금했나보다. 우리는 같이 태국을 경유해 북인도에 콜카타로 향했다.


콜카타 공항에 입국 심사장. 입국 심사원이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통에 당황했지만 우리는 잘 통과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뭘 상상했던 걸까. 허름하게 다 무너져 가는 공항? 꼬릿꼬릿한 냄새가 나고 청소가 필요해 보이는 그런 공항? 난 깔끔하게 정돈 된 공항에 모습에 나도 모르게 실망해버렸다. 정돈 안되고 더럽고 그런게 뭐가 좋다고 이런 기대를 했는지 그리고 내가 인도라는 나라를 생각하는 방향이 확실히 잘못됐다는 걸 인지하게 된 순간이었다. 


콜카타공항콜카타공항

콜카타공항콜카타공항


공항에서 만난 한 여행자덕분에 콜카타에 있는 여행자거리인 서더스트리트로 가는 버스를 쉽게 탈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서더스트리트로 가는길에 바깥 풍경을 보면서 인도에 왔다는게 체감되기 시작했다. 거리에 보이는 인도사람들과 인도가게들 그리고 우리에겐 생소한 인력거꾼 릭샤왈라들이 보였다. 도로에는 양보와 참을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게 무질서했다. 잠깐의 멈춤과 기다림을 허용하지 않는 쩌렁쩌렁 울리는 자동차 크락션소리가 이를 증명했다. 


써더스트리트행 버스콜카타 공항에서 써더스트리트행 버스


서더스트리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버스가 정차했고 여기서부턴 걸어서 찾아갈 수 있다고 했다. 우리에게 스마트폰은 있었지만 USIM카드를 구매하지 않은 스마트폰은 무용지물이었다. 사람 사는곳이 다 똑같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 '웨얼이즈 서더스트릿?' 이 청년은 귀에 꽂은 이어폰으로 보아 음악을 듣는것처럼 보였지만 내 말을 들었는지 친철하게 웃으며 길을 안내해줬다. 그리곤 '웨얼알유프롬'하고 물었고 코리아라는 대답에 더욱 호탕하게 웃으며 쿨하게 가던길로 돌아갔다.


콜카타콜카타 시내


서더스트릿에서 처음한일은 숙소를 찾는 일. 사전에 조사한 여러 정보에 따르면 여행자들에게 유명한 여러 숙소들이 있다고 했다. 그 중 베드버그가 출몰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는 '호텔마리아'로 갔다. 처음 마주하는 인도에 숙소. 밝은색이지만 우중충한 느낌을 주는 페인트, 그리고 얼룩들 천장에는 꼭 떨어질 것만 같은 펜이 돌고 있었다. 곰팡이 핀 매트리스에 새로운 커버를 씌워줬지만 커버위로 올라오는 거뭇거뭇한 흔적들, 끼걱끼걱 소리를 내는 나무 침대 몇개가 우리가 처음 본 인도의 방이었다. 그래도 뜨거운물은 당연히 안 나오는 개인 화장실이 딸린 방이었다. 다른데 가볼 필요도 없이 이구동성으로 우리는 좋아. 라고 하며 이 곳에 짐을 풀었다.


호텔마리아호텔마리아 간판

호텔마리아호텔마리아 4인실

호텔마리아스위치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우리는 밖에서 퍼지는 카레향에 침이 자꾸 고였다. 써더스트리트를 한 바퀴 돌아 사람이 가장 많은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생소한 풍경. 인도에 왔으니 커리를 시켜보자. 치킨이 들어있는 커리와 밥, 그리고 쁘라타라고하는 얇은 빵이 나왔다. 수저,포크 어느하나 나오지 않는다. '어? 진짜 손으로 먹는거야?' 식당 내에 있는 세면대에서 손을 닦고 커리를 밥에 얹어 흩어지는 밥알을 모아가며 우리에 인도 첫 식사를 시작했다. 흩어지는 밥알을 손으로 모으는게 쉽지 않았다. 손으로 처음 밥을 먹어보는게 쉽지도 않았다. 그래도 이제 적응하는거지 뭐 하며 먹고있는데 수저를 주는게 아닌가! 주변을 둘러보니 손으로 밥을 먹는 사람들과 수저로 밥을 먹는 사람들 모두가 있었다. 아 모두가 손으로 밥을 먹지는 않는구나, 조금씩 변하고 있구나.


콜카타식당첫식사 첫식당


우리는 손으로 흩어지는 밥알을 꾹꾹 모으며 인도와 첫인사를 나눴다. 인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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